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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친 수능으로 배운 인생의 기회

감성충만 감성만 2022. 10. 3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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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스트레스 없이 수능이 마무리 되길 바란다. 

 

나는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수능 언어영역을 5번 듣기 까지 화장실에서 풀었다. 

 

결과는?? 인서울 목표에서 지방 2년제 대기 50번으로 입학을 했다. 

 

수능 직전 까지는 나름 담임선생님의 기대치를 받는 상황이었다. 

 

공부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강했고, 

스트레스도 너무 심했다. 

 

나름 스카이를 기대하며 준비했지만.

 

정시를 앞두고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던 와중 

수시 1차에 붙어 신이난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수시 2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선생님께 한국외대와 단대 수시 2차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왜...?  하향 지원을 씨게 하냐고 

실망하시는 듯 했지만, 

전교조 활동으로 바쁘셨던 분이라 

긴 상담없이   "모든걸 니뜻대로" 로 진행되었다. 

 

결국 수시도 망하고 정시도 망했다. 

 

수능이 끝나면 인생도 끝나는 거라 생각했기에. 

좌절감은 더욱 심했다. 

 

방구석에만 처박혀있었다. 

집에 놀러온 친척들이 엄마에게 

내 입시 결과를 묻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이리저리 둘러대는 엄마의 말에 

좌절감이 극에 달했다. 

 

내 동생은 크게 공부에 대한 집착이나 열정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인서울에 무난하게 성공했다. 

 

나중에 신세는 질 수 있겠다.

기대를 하는 내모습이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대학교 방학이 되고

나는 그 시골탱이에 있는 학교를 나와 

연대를 다니는 친구의 고시원에 얹혀서 살았다. 

 

월세 30짜리의 고시원은 

남녀가 같은 층을 썼다 심지어 샤워장겸 화장실인 한 곳의 장소를 

같이 썼다. 

 

고시원의 작은 냉장고에는 

먹고 남은 빵을 넣어두면 

다음날 아침이 되면 없어졌다. 

 

그보다 더 힘든건 야간 알바를 하는 나는 늦게야 들어와 

1평도 안되는 그 좁은 공간에서 침대를 쓰는 친구 방의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늦게 까지 잠을 자고 싶어도 

아침 일찍 학교를 가는 친구가 문을 열때면 

내 머리에 문이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내 꿈은 내가 눕고 자고 

맘편히 게임하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었다. 

 


어느날 친구에게 알바를 함께 하자고 했다. 

상암동에서 진행하는 월드컵 기념 행사였다. 

실장? 이라는 사람은 학벌 부터 묻는다. 

 

나는 지방2년,  친구는 연대생 

모든 일이 학벌을 요하는 일은 아니었으나 

 

친구는 편하고 쉬운일 

나는 비교적 몸을 쓰는 일에 배정을 받게 되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느낀건 

학벌로 인한 부분으로 

식사중이건 일의 배정이건 평가에 있어서건 

대놓고 무시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왜 연대 다니면서 저런 친구를 사귀냐..는 등등등" 

 


 

어차피 알바를 할 때 학력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학력을 속여 볼까? 고민을 했지만.. 마음보다는 몸고생이 낫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날 회기에서 약속이 있어서 

택시를 타게 됐다. 

택시 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교를 물으시는 질문에 .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 인근의 한국외대 생이라고 했다. 

 

아! 공부 잘하네~~ 라는 말에 조금 민망했지만, 

태연한척 말을 이어갔다. 

 

기사님 아들은 지방 2년제 학교.. 지잡대 꼴통이라고 얘기하셨다. 

그런데.. 그 학교가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였다.. 

 

어찌.. 이런일이 

이건 분명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신의 뜻이구나 싶어서 

 

그 날 이후로 학력 속이기를 포기했다. 

그 날 나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나의 학력 위조는 어디까지 지속되었을지 모르겠다. 

 

 


긴 시간 대입을 준비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한 대입은 

제법 오랜 시간 아쉬움과 고통을 준다. 

 


그 고통의 긴 시간에는 

보답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만이 있지는 않으니, 

나는 현재 그 날의 망친 수능과 대입이 

내 인생에 가장 큰 기회가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고, 

 

많은 수험생들에게 정말 대입이 전부는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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